겨울 산행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뭔지 아는가 추위가 아니라 바로 땀이다. 두꺼운 패딩 하나 믿고 올라갔다가 땀범벅이 되고 정상에서 그 땀이 식으면서 찾아오는 저체온증은 정말 치명적이다.
오늘은 내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겨울등산복장 레이어링 시스템을 확실하게 정리해 주겠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더 이상 옷 때문에 산에서 벌벌 떨 일은 없을 것이다.
👕 내복만 잘 입어도 체감 온도가 바뀐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첫 단추를 잘못 꿰곤 한다. 면 소재 내복이나 일반 발열 내의를 입고 산에 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면은 땀을 흡수만 하고 배출하지 못해서 젖은 채로 몸에 달라붙는다. 영하의 날씨에 젖은 옷을 입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베이스 레이어라 불리는 첫 번째 옷은 무조건 흡습속건 기능이 있는 합성섬유나 메리노울 소재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면티 입고 갔다가 정상에서 이가 딱딱 부딪히는 공포를 경험했다. 땀을 빨리 밖으로 밀어내서 피부를 뽀송하게 유지하는 것이 보온의 핵심이다. 비싼 겉옷보다 중요한 게 바로 피부에 닿는 첫 번째 옷이다.
🧥 두꺼운 패딩 대신 얇은 옷을 여러 개 겹쳐라
산 입구에서 보면 대장급 패딩을 입고 출발하는 분들이 종종 보인다. 10분만 걸어도 더워서 벗게 되고 가방에 넣자니 부피가 커서 짐만 된다. 겨울등산복장은 두꺼운 것 하나가 아니라 얇은 보온 의류를 겹쳐 입는 것이 정석이다.
미들 레이어로는 플리스 자켓이나 얇은 경량 패딩이 딱이다. 이 옷들의 역할은 베이스 레이어에서 넘어온 땀을 계속 밖으로 보내면서 몸의 열기를 가두는 공기층을 만드는 것이다. 운행 중에는 덥지 않게 조절하고 쉴 때는 바로 꺼내 입어서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입고 벗기를 귀찮아하면 안 된다. 귀찮음이 체온을 뺏어간다.
🌬️ 바람막이 없으면 땀 식는 순간 끝장이다
땀 뻘뻘 흘리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불어오는 칼바람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때 젖은 몸으로 바람을 맞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걸 막아주는 게 바로 아웃터 레이어다. 흔히 말하는 하드쉘이나 고어텍스 자켓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싸고 좋은 자켓이 아니더라도 방풍과 방수 기능이 있는 자켓은 필수다. 나는 배낭 헤드나 가장 꺼내기 쉬운 곳에 항상 바람막이를 넣어둔다. 능선에 올라서거나 휴식을 취할 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걸쳐 입어야 한다. 내부의 습기는 배출하고 외부의 눈과 바람은 막아주는 이 껍질 한 장이 생명을 지킨다.
🧤 손발 얼면 등산이고 뭐고 하산하고 싶어진다
몸통은 따뜻하게 잘 챙겨 입었는데 손가락 발가락이 얼어서 고생한 적 분명 있을 것이다. 말초 신경이 모여 있는 손과 발 그리고 머리의 보온을 놓치면 겨울등산복장을 완벽하게 갖췄다고 할 수 없다.
장갑은 얇은 속장갑과 두꺼운 겉장갑 두 개를 챙겨라. 스마트폰 만진다고 장갑 벗었다가 동상 걸리는 경우도 봤다. 모자 역시 필수다. 머리로 빠져나가는 열만 막아도 몸 전체가 훈훈해진다. 눈이 신발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스패츠와 미끄럼 방지 아이젠도 선택이 아닌 필수 준비물이다. 소소한 장비 하나가 산행의 질을 결정한다.
결론적으로 겨울 산행은 땀과의 전쟁이다. 땀을 빨리 말리고 열을 가두고 바람을 막는 이 3단계를 기억하라. 이 원리만 알면 어떤 브랜드의 옷이든 상관없다.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 산행을 위해 지금 당장 내 옷장을 점검해 보길 바란다. 도움이 되었다면 저장해두고 산행 전날 다시 한번 읽어보라.